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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2박3일 비용이면 한 달 산다"...한파·고물가에 동남아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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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관리자
  • DATE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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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사, 12월 출발 동남아가 1위 차지 베트남·태국 인기… "추위 피해 떠나요"
한 달 숙소 80만 원...국내 1박에 40만 원, 월 100만~200만 원이면 여유롭게 생활
'일상 같은 여행' 선호로 장기체류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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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동남아 관광 1번지’로 부상한 베트남 중부 다낭의 해변 풍경. 아름다운 풍광과 연중 온화한 날씨로 단기 관광객들은 물론 1, 2개월씩 지내기 위해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6년 전 은퇴한 60대 A씨는 아내와 함께 다음 달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나 두 달간 머무를 계획이다. A씨 부부는 수년 전부터 매해 겨울이면 베트남 달랏과 냐짱, 태국 치앙마이, 라오스 루앙프라방 등 동남아를 찾고 있다. A씨는 "추운 한국보다 따뜻한 동남아에서 골프와 여행을 즐길 수 있고, 생활비도 한국보다 적게 든다" "관광지만 둘러보는 단기 여행보다 현지 문화를 깊게 체험할 수 있어 차원이 다른 추억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월 100만~200만 원이면 '한 달 살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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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수속을 위해 줄 서 있다. 인천=뉴시스

최근 '동남아 한 달 살기'가 급부상하고 있다. 여행업계는 동남아 장기체류 상품을 앞다퉈 내놨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동남아 한 달 살기 후기들이 넘쳐난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베트남 다낭은 '경기 다낭시'라고까지 불린다.

겨울에도 기온이 20도 안팎인 동남아는 전통적인 겨울 여행지다. 2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여행사 3곳(하나투어·모두투어·참좋은여행)의 12월 출발 여행 상품 중 동남아가 1위로 가장 많았다. 모두투어는 전체 예약의 61%가 동남아였다. 지역별로는 베트남(45%)이 가장 많았고, 태국(18%) 필리핀(12%) 대만(5%) 말레이시아(5%) 순이었다. 올겨울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 여행을 준비 중인 직장인 이모(29)씨는 "추위 걱정 없는 다낭에서 관광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수영과 마사지를 즐기며 편하게 쉬다 올 예정"이라고 했다.

여기에 국내 고물가 여파로 체류 기간이 길어졌다. 베트남 다낭과 냐짱, 태국 방콕과 치앙마이, 필리핀 세부 등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은 동남아 한 달 체류 경비는 국내 생활비와 맞먹는다. 이왕 같은 비용이면 날씨가 따뜻한 동남아에서 여유롭게 지내려는 수요가 생겼다는 얘기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은퇴 이후 2인 가구의 적정 생활비는 월 314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동남아에서 항공권을 포함해 한 달 동안 숙소와 식비 등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부산과 제주 등 국내 주요 관광지 호텔 등 숙소 가격이 1박에 40만 원을 호가하는 반면 동남아 아파트나 호텔 등 장기 숙박이 가능한 숙소비는 한 달에 80만 원 선이다. 올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주부 이모(37)씨는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한 달 살기를 했는데, 에어비앤비를 통해 90만 원짜리 아파트를 빌렸다"며 "제주에서 2박 3일 보내는 것보다 더 저렴했다"고 했다. 60대 부모와 함께 내년 2월 태국 방콕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한국에서 호텔 몇 번 가는 비용이면 태국 한 달 살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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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등에 동남아 한 달 살기 비용을 분석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캡처

SNS에서도 '동남아 한 달 살기'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구독자 약 36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둥지언니'는 지난해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그는 "2인 기준 숙박비 70만 원, 식비 46만 원 등 150만 원을 썼다"며 "물가가 싸고, 카페와 음식점 등 힐링할 수 있는 공간들도 매우 많다"고 추천했다. 베트남 냐짱에서 4주 동안 머무른 한 여행 유튜버는 "숙박비 40만 원, 식비 55만 원, 관광 26만 원 등 총 126만 원으로 생활했다"며 "비용 부담이 적어 국내보다 오히려 여유롭게 생활했다"고 소개했다.

오래 머물면서 '일상 같은 여행'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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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 쿠타 해변에서 서퍼들이 석양을 감상하고 있다. 발리=연합뉴스

'일상 같은 여행'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영향도 크다. 시간 내 여러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보다 일정 기간 머물면서 여유롭게 현지 문화를 즐기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녀 방학을 맞아 태국을 방문할 계획인 워킹맘 B씨는 "예전보다 해외를 자주 갈 수 있게 되면서 관광지를 정신없이 훑는 여행보다는 현지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는 게 더 남는 것 같다"며 "아이를 데리고 태국 수상 시장을 가보고 싶고, 현지에서 머리 땋기나 헤나 체험 등을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은퇴한 김철중(65)씨는 "퇴직을 기념해 내년 1월에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친구들과 보름 정도 골프 여행을 간다"며 "예전에야 뭘 배우고 보러 해외에 가곤 했지만 이제 골프도 치고 편하게 쉬러 갈 나이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도 한 달 살기 여행족을 겨냥한 상품을 속속 출시했다. 하나투어는 태국 치앙마이, 베트남 다낭, 필리핀 세부 등에서 2주간 여행하는 '롱스테이' 상품을 내놨다. 쿠킹 클래스와 스노클링, 요가 등 현지 문화를 습득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지역에 따라 숙박과 교통비 등을 포함해 1인당 100만~200만 원 안팎이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베트남은 지난 8월 한국인 무비자 체류 기간을 15일에서 45일로 연장해 장기 여행객 유치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한파와 물가 영향으로 동남아 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다"며 "특히 영어나 현지 문화 등 해외여행에 익숙해진 노년층이 단기 패키지보다 장기 체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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